2021년 8월의 ‘마통’ 통산 86번째 

- 관계와 생활의 도돌이표를 생각하며-


매년 짝수 달 마지막 날에 쓰고 홀수 달(9월) 첫 주에 보내는 이영호 교수의 ‘마중물 통신’입니다. 마음이 담긴 한 단어가, 한 문장이 나를 아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힘이 그리고 사유와 실천력이 용솟음치도록 하는 '마중물' 이 되길 소망하며…….


7, 8월 두 달이 휙 지나갔다. 여전히 사회적 상황은 코로나 19로 거리두기기 이어졌다. 매주 화요일, 수요일 때로는 목요일도 김해 한국통합TA연구소에 나와서 아내는 상담을 하고 나는 교재 개정, 독서, 학교 회의 참석 등을 하고 나머지 요일은 집에서 독서, 골프 연습, 교재 저술 등으로 반복된 집콕 생활을 반복하며(도돌이 하며) 보낸 것 같다. 비슷한 생활을 반복하면서 지내 온 것을 생각하다 문득 교류분석상담사 교육할 때 함께 소리 내어 읽었던 시 한편이 ‘관계의 도돌이표’ ‘생활의 도돌이표’ 와 관련하여 떠올랐다. 


‘이 관계는 뭔가 잘못됐어. 그런데 벗어날 방법을 모르겠어.’ ‘늘 같은 패턴으로 실망하고 싸우고 상처받는데, 왜 바보같이 또 그걸 반복하는 걸까?’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한번 감정에 휩싸이면 나도 나를 주체할 수가 없어.’  - 관계의 도돌이표를 보여주는 독백이다-


이렇듯 누구나 인간관계의 어떤 패턴을 지긋지긋해하면서도 벗어날 수가 없어서 괴로워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관계를 끊을 수도, 그렇다고 이 부정적 패턴을 이어나갈 수도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방에게 실망하고, 싸우고, 탓하고, 원망하고……. 부부, 직장 동료, 친구 등 어떤 관계든 마찬가지다. 이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태를 일컬어 교류분석에서는 ‘심리게임’이라는 말을 쓴다. 한번 패턴이 형성되고 고착화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같은 장면을 반복하고 만다. 박해자- 희생자- 구원자- 의 패턴 역시 한번 시작되면 빙빙 돌면서 서로를 할퀴고 상처를 덧나게 하기 일쑤다.


그래서 이런 ‘도돌이표’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 영감을 주는 시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도서 《우울한 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에 소개된 이 시는 심리게임의 현상과 그 게임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관계의 패턴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든 사람이 작사가 포르샤 넬슨(Portia Nelson)이 쓴 이 시를 보면서 

자신의 관계를 돌아봄과 동시에 ‘도돌이표 관계방식’에 대한 자각은 물론 답답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기운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때로는 백 가지 방법론보다 가슴을 때리는 시 한 편이 더 큰 깨달음과 힘을 주기도 하기에.


포르샤 넬슨(Portia Nelson, 1920년 5월 27일 ~ 2001년 3월 6일)은 미국의 가수, 연극배우, 텔레비전 배우, 영화배우이다. 뉴욕 주에서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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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biography in Five Chapters(인생 자서전 5장)

- Portia Nelson-

1장

나는 길을 따라 걷네

거기 길 옆에는 깊은 구멍이 있네

나는 거기에 빠지네

나는 당황하고 나는 무기력하네

그것은 나의 잘못은 아니지

길을 찾는데 평생이 걸리네


2장

나는 길을 따라 걷네

거기 길 옆에는 깊은 구멍이 있네

나는 그것을 안본 척 하네

나는 다시 거기에 빠지네

내가 똑같은 그 장소에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잘못은 아니지

빠져나가는데 여전히 오랜 기간이 걸리네


3장

나는 길을 따라 걷네

거기 길 옆에는 깊은 구멍이 있네

나는 그곳을 보네

그런데도 또 거기에 빠지네 그것은 습관이지

나의 눈은 열리고 

내가 있는 곳을 알게 되지

그것은 나의 잘못

나는 곧바로 빠져 나오지


4장

나는 길을 따라 걷네

거기 길 옆에는 깊은 구멍이 있네

나는 그것을 돌아서 걷네


5장

나는 다른 길을 걸어가네


이 시를 천천히 읽고 나면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나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도돌이표’하는 자신의 행동과 관계 패턴을 생각해 보게 된다. 

조은강의 《마흔 이후 멋지게 나이 들고 싶습니다》에서 나오는 구절 즉 『당신도 마흔이면 이미 당신의 강박적인 면이 상당 부분 고착되어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바뀌지 않는 것은 바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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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는다. 빠졌던 구멍에 또 빠진다. 그렇지만 무조건 손을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자신을 파악하고 분석한 뒤 조금이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집중된 노력을 한다면 30대에 안고 있던 강박적 문제와 증상을 60대, 70대에는 어느 정도 놓아버릴 수 있지 않을까.』 

조은강이 한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나이 드는 것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같은 실수,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기 때문인 것 같다. 머리가 굳어지고 생각이 고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현재에 맞게 업데이트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한 번 빠졌던 구멍에 다시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특히 40, 50대를 넘겨 같은 구멍에 빠지면 만회가 쉽지 않다. 과거에 했던 실수가 오히려 인생을 농익게 하는 재료가 되도록 30대는 20대 때를, 40대는 30대 때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어느 나이 대를 살든 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도돌이표’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며 그 방법의 구체적 실천으로 생활 속 명상을 적극 추천한다. 

미세한 바람에도 나뭇잎은 흔들린다. 마찬가지로 작은 일에도 허둥지둥 쫓기며 구멍에 빠지는 일이 많다. 큰일을 당하면 더 허둥대 정신줄을 놓기도 하며 더 큰 구멍에 빠진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졌다. 그러나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허둥대는 시간이 줄게 된다. 잠깐만이라도 명상을 하자. 변화가 시작된다. 중심이 잡혀 덜 흔들리고 구멍에 덜 빠진다. 명상은 관계와 생활의 ‘도돌이표’를 막는 가장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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