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의 ‘마통’ 통산 87번째 

-  with 코로나 상황이 전개되는 시점에서 성찰 -


매년 짝수 달 마지막 날에 쓰고 홀수 달(9월) 첫 주에 보내는 이영호 교수의 ‘마중물 통신’입니다. 마음이 담긴 한 단어가, 한 문장이 나를 아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힘이 그리고 사유와 실천력이 용솟음치도록 하는 '마중물' 이 되길 소망하며…….


이제 11월부터는 대면수업으로 전환을 하고 백신 접종율이 75%를 넘어 with 코로나 생활로의 전환을 시작하려고 한다. 물론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동안 모두 고생 많이 했고 무심히 누리든 일상이 그렇게도 그리웠던 시간을 생각하며 이제 평범한 일상을 뒤 찾은 것에 감사하려고 한다. 더불어 이즈음에 코로나19로 겪은 어려움의 시간을 뒤돌아보며 이제 with 코로나 상황이 전개되는 시점에서 작은 성찰을 해보았다.


9, 10월 2개월이 지난 지금의 시점은 2학기 개학하고 반환점을 돈 지점이다. 수업과 학장 업무, 학회 일 등으로 여전히 바쁘게 보낸 것 같다. 여태까지와 한 가지는 다른 점은 바쁘지만 말고 잠깐씩의 여유와 인간관계를 챙기려 했다는 점이다. 이제 더 이상 바쁘다는 핑계로 관계를 챙기지 않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한다. ‘관계가 좋으면 잃을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은 삶의 경험 치에서 갖게 된 신념이다.

어느 작가가 행복의 7대 요인을 말했다. “우리의 가족 관계, 우리의 경제 상황, 우리의 일, 우리의 공동체와 친구들, 우리의 건강, 우리의 개인적 자유, 우리의 개인적 가치관” 이다. 이 중에 건강과 소득을 제외하면 모두 인간관계의 질과 연관되어 있다. 행복의 결정 요인이 어찌 7개에 국한될 수 있을까 만은, 분명 수 만 가지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견되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우리’ 이다. ‘나’도 아니도, ‘너’도 아니고, ‘나’와 ‘너’가 합해지고 ‘그’와 ‘그녀’가 더해진 ‘우리’이다. 그 ‘우리’라는 인간관계 속에서, 특히 그 인간관계의 수준과 질 속에서 행복은 결정된다. 그래서 곧 인간관계가 곧 행복이라고 단언한다.

인간관계를 생각해 보면, 난 늘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한다. 심리상담에서도 내담자에게 ‘역지사지’ 기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무슨 일이나 역지사지가 필요한데 이게 그렇게 쉽게 빨리 안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나를 화나게 만든 원(怨)의 대상에게 울분을 토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속이 시원하다. 그렇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묵언의 터널에서 생각하게 된다. 온전히 나의 입장에서 생각했던 것을 반 정도로 나누어 나와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온전히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보려고 상대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기도 한다. 이러한 역지사지를 통해 상대를 애틋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관계는 회복이 된다. 

코로나 19로 우리의 관계의 질은 어떠했는가? 좋은 관계로 행복했는가? 그리고 이제 with 코로나 상황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린 또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이즈음에 다 같이 성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 19로 절망적인 상황에서조차 가치 있는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절망적인 인생관으로 생명의 의미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로 임하는 사람들도 있다. 삶에 아무런 의욕도 없고, 낙이 없는 이 삶을 계속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 말이다. 잘 알고 계시듯이, 인생은 늘 희망적인 상황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도무지 어찌해 볼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수시로 경험한다. 그 절망적 상황에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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떻게 대처하느냐, 극단으로 갈리는 큰 갈림길이다. 절망을 더 큰 절망으로 몰아가는,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더 큰 교훈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드는 사람도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이 또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자신의 태도와 관계 방식과 관련된 삶의 화두가 될 것이다.

이제 또 겨울 채비를 하는 시간이자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고 나무도 사람도 겨울 채비가 필요한 때이다. 나무의 겨울 채비는 잎을 떨구는 것으로 시작한다. 집에서 수영강변 APEC나루 공원의 단풍나무가 각자의 가지에 무성하던 잎들의 미련을 냉정히 뿌리치는 것을 본다. 그 무성했던 잎들을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버리는 것이다. 때가 되면 지난 계절 생명줄이었던 물을 끊어내는 것이다. 빈 가지로 겨울을 나야 얼지 않고 견디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두 버려야 새봄에 다시 새싹을 낼 수 있음을 나무는 아는 것이다. 빈 가지가 되는 것이 겨울을 나는 길임을... 사람관계도 나의 집착, 이기심을 버려야 새로운 친밀의 관계라는 새싹이 돋는다. 

그다음은 농축이다. 몸속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숨조차 제대로 쉬지 않고 버틴다. 그리고 다시는 잎사귀를 달지 않을 것처럼 빈 가지로 겨울을 난다. 이 같은 생명력에 머리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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